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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국학진흥원, 여름의 꽃은 공포, 공포의 꽃은 실화

한국국학진흥원, 일상의 공포

 

(데일리대구경북뉴스=황지현 기자)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일상의 공포’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025년 7월호를 발행했다. 《웹진 담談》 7월호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실제 겪고 직접 써낸 ‘실화 속 공포’를 보여준다.

 

‣ 사라지지 않은 저주: 대나무 통에 가둔 최악의 저주술에서 디지털 저주까지

 

정진혁 인문학술교수(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의 「저주를 부탁해: 귀신과 거래한 조선 사람들」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든 저주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장유(1587~1638)는 『계곡집』「계곡만필」의‘저주에 관하여[詛呪之事]’에서 저주란 ‘어떤 사람을 그지없이 원망한 나머지 귀신에게 고하여 재앙을 내려 주도록 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저주란 귀신에게 괴롭힘을 의뢰하는 일종의 청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귀신에게 부탁하는 은밀하고 공격적인 청탁, 저주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유독 물질로 타자를 해치는 ‘고독(蠱毒)’이다. 고독은 벌레나 뱀과 같은 것들을 잡아 서로 잡아먹게 하여 마지막으로 남은 한 마리가 저주의 힘이 깃든 고(蠱)가 되어 상대방에게 저주를 내리는 방식이다.

 

둘째, 영적인 존재의 개입이나 가탁을 통해 상대를 저주하는 ‘귀매(鬼魅)’이다. 『성호사설』에는 귀매 중 염매(魘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염매는 어린아이를 납치하고 굶긴 후 대나무 통으로 유인하여 아이의 목숨을 끊어 아이의 원혼이 대나무 통 속에 갇히게 해 저주의 도구로 삼는 방식이다.

 

셋째, 나무·짚으로 만든 인형이나 화상을 저주의 대상과 동일시하여 괴롭히는 모방 주술 ‘염승(厭勝)’이다.

 

조선시대 저주술은 궁궐 안팎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가장 유명한 저주 사건은 숙종 대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해치기 위해 행한 저주다. 또한 광해군 대에는 궁궐 곳곳에 다양한 동물 시체를 묻는 저주가 행해졌다. 저주는 노복이나 비첩들도 감행했을 정도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실행된 문화적 양식이었다.

 

조선시대의 『대명률』에서는 저주술을 중대 범죄인 부도(不道)로 간주하여 엄중히 처벌하였다. 저주를 시도하거나 이에 연루된 사람들은 가혹한 형벌을 받았는데, 이는 저주술이 개인 간의 원한을 넘어선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간의 원한과 복수심이 빚어낸 조선시대의 저주술은 사라졌을까?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집단공격이나 명예훼손은 조선시대 저주술과 닮은 꼴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인간의 원한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다.

 

‣ 실화 괴담의 경고

인기 공포 유튜버 왓섭(장경섭)의 「무서운 얘기 좋아하면 정말 귀신이 붙을까?」는 실화와 설화 속 괴담을 전하며‘사람답게 살라’고 말한다.

 

왓섭은 전라남도 무안군 회산면에서 실제 있었던 ‘집 앞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결한 며느리 이야기’를 전하며,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원한에 찬 목소리를 외면할 때 우리에게 어떤 파장이 생길 수 있는지 주의를 환기시킨다.

 

또한 살아있는 뱀으로 뱀술을 담그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점차 뱀처럼 휘어지고 팔과 다리를 붙인 채 기어다니게 된 이야기는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치면 그 화가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교훈을 남긴다.

 

묘지인 줄 모르고 그 위에 올라섰던 군인이 계속해서 악몽을 꾸고 아무리 먹어도 체중이 줄어드는 기이한 이야기와 묘지에서 놀면서 모형총으로 무덤을 쏜 아이가 열이 나고 구토하며 기력이 쇠진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기묘한 일들에 대해 전한다.

 

괴담과 설화가 구전되어 전해지고 영화와 드라마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억울한 죽음에 대해 분노하고, 누군가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마음 아파하며, ‘사람답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기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 마음속 작은 틈에서 피어난 공포

 

이외에도 《웹진 담談》에서는 ‘일상의 공포’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스토리웹툰 독(獨)선생전’ 17화 「뒤꽂이」에서는 숲에서 우연히 발견된 시신을 정성스럽게 묻어 그 넋을 위로했던 젊은 시절의 독선생이 있다. 억울하게 죽은 여인의 한이 서린 ‘산호 뒤꽂이’에는 여인의 복수심이 담겨 있다.

 

‘선인의 이야기, 오늘과 만나다’의 「나의 공포, 그의 행복 혹은 그 반대 혹은…」에서는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을 통해 현대의 공포는‘자본’이라 폭로하며 나의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고 공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한다.

 

‘백이와 목금’의 「돌아온 여우 귀신」은 간이 사라진 시신과 시신을 조종하는 여우 귀신 사이에서 망허촌을 지키려는 사또 한익범과 목금의 이야기를 전한다.

‘스토리테마파크를 쓰다’의 「꿀벌의 비행」은 오희문의 일기 『쇄미록』을 바탕으로 전란 속에서도 벌을 치고 누에를 키우며 삶을 일구어 나가는 ‘생존의 공포’를 조명한다.

 

웹진 담談 2025년 7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https://story.ugyo.net/front/webzine/index.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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