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대구경북뉴스=황지현 기자)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전쟁, 조선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025년 6월호를 발행했다. 《웹진 담談》 6월호에서는 고통과 절망이 이어지는 전쟁 중에도 계속된 삶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 사대교린, 영리한 조선의 외교 전략
윤승희 HK연구교수(동국대학교 문화학술원)의 ‘사대교린, 조선이 선택한 외교 공식’에서는 명과 일본에 대한 조선의 외교정책을 알아본다.
조선의 외교는 ‘사대교린(事大交隣)’으로 설명할 수 있다. 조선은 명에게는 사대의 자세를, 일본 등의 주변국에 대해서는 교린의 태도를 취했다. ‘사대’라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복종한다는 뜻이 아니며, ‘교린’이라 하여 단순히 평등하게 교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선의 ‘사대교린’에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내재되어 있었다.
15세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명을 중심으로 한 책봉체제가 규정되어 있었다. 조선은 이를 수용하여 명의 제도와 문화를 받아들이는 한편, 조선의 현실에 맞게 변형·적용하면서 국가 체제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오늘날 우리가 미국 중심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는 것처럼, 명에 대한 사대는 조선에게는 국제 질서의 보편성을 받아들인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외교 방식이었다.
조선의 교린 대상에는 일본·유구·여진 등이 있었지만, 일본과는 완전히 대등한 관계를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 조선은 중국이 주변 이민족을 다루는 기미책을 차용하여 관계의 끈을 팽팽하고 잡고 놓지 않음으로써, 견제하면서도 단절하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교관계를 구축했다.
명과 일본 사이에 놓인 조선의 외교는 사대와 교린이라는 이중 전략 속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펼쳐졌다. 이는 조선 스스로 국제무대에서 중심을 잡고 질서를 주도해 나가려는 외교적 선택이었다고 할 것이다.
비극 속에서도 피어난 희망
김한솔 작가(프리랜서)의 ‘지금은 어둠 속에 있지만 언젠가는 : 뮤지컬 《여기, 피화당》을 쓰며’를 통해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강인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작가는 《박씨전》의 이야기보다는 《박씨전》이 쓰인 시대적 배경에 주목하였다. 조선의 수많은 여인들이 청에 끌려가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돌아왔지만, 이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냉혹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뮤지컬 《여기, 피화당》이 제작됐다.
작품은 ‘피화당’이라는 이름의 동굴에 숨어 살아가는 세 여성, 가은비·계화·매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은 저잣거리에 팔 소설을 쓰며 생계를 이어가는데, 이들에게 한 사내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사내는 최명길의 양아들 후량으로, 전쟁을 멈추기 위해 항복문서를 써 비난받는 아버지를 위해 가은비에게 사대부를 비웃는 소설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고민 끝에 가은비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마음으로 《박씨전》 집필을 결심한다. 극 안에서 피화당 여인들은 계속 어려움을 겪는다.
습격을 받아 새로운 동굴로 거처를 옮기게 된 가은비는 “조선 땅 그 어디에도 우리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라며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붓을 내려놓지만, 계화와 매화가 다시 붓을 들어 《박씨전》을 이어 써 내려간다.
비극적인 현실을 담고 있지만, 극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게 흘러간다. 그것은 작가가 ‘희망’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대로, 피할 수 없는 불행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어쩌면 ‘희망을 품는 일’인지도 모른다.
‣ 전쟁 중에도, 전쟁이 끝나고도 계속되는 삶
이외에도 《웹진 담談》에서는 ‘전쟁, 조선의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스토리웹툰 독(獨)선생전’ 16화 「고구마 화분」에서는 자라나는 고구마를 보며 전쟁이 끝난 후 ‘전쟁에서 적으로 만난 상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드러낸다.
‘선인의 이야기, 오늘과 만나다’의 「전쟁이 지나고 난 후」에서는 병자호란 당시와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 《남한산성》과 《올빼미》를 통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란을 겪은 모든 이들의 삶이 여전히 위태롭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백이와 목금’의 ‘망허산에 전쟁 날 뻔’에서는 백이와 목금이 지혜롭게 도깨비들을 물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스토리테마파크를 쓰다’의 ‘『용사일기(龍蛇日記)』, 용의 해에서 뱀의 해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작가는 외세의 침략에 꿋꿋이 맞서 싸운 송암 이로, 초유사 김성일 선생 등의 이야기를 전한다.
웹진 담談 2025년 6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https://story.ugyo.net/front/webzine/index.do)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