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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흥무대왕을 아시나요?

김유신장군 다시 알아보기

지난 10월 29일 김해 김씨의 중시조인 김유신 장군을 추모하는 흥무대왕추계대제가 경주 숭무전에서 거행됐다. 김유신 장군의 위패를 모셔 둔 숭무전은 일 년에 두 번 일반에게 공개되는 귀한 행사로 이번 경주 방문길에 행사를 참관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경주 나들이는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20대 때는 친구들이 살고 있어 종종 갔다. 공무원생활 이후부터는 각종 교육 및 출장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방문했다. 하지만 문화 유적은 불국사, 첨성대, 천마총, 박물관 등 공식적인 기초코스 외는 답사하지 못하고 그저 맛집만 탐방한 후 경주를 떠나기 급급했으며, 경주 시내와 산야 전체가 문화유산이란 사실을 간과한 채 수십 년을 보냈다.


몇 년 전 남산 등산을 통해 야산에 있는 바위에까지 구석구석 불상을 새겨 남겼던 신라인의 유산을 보고 감탄했지만, 최근에는 시내 곳곳에 왕릉과 유적이 즐비한데도 왜 나는 경주를 올 때마다 감포의 횟집과 해수탕만 찾고 유적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하는 자괴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번 흥무대왕추계대제 참배 이후 이 찬란한 문화유산과 조상들의 업적, 숭고한 애국심에 대해 무관심했던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생전 처음으로 김유신장군묘를 참배하고 흥덕대왕이란 사실도 처음 알았다. 역사속에 담긴 선조들의 시대정신을 공부한 후 학생들과 뒷 세대를 가르쳐야 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김유신 장군에 대해서는 태종무열왕 김춘추를 도와 삼국통일을 이룩하게 끔 한 무장이며, 천관녀와의 사랑 이야기, 여동생과 김춘추를 혼인시킨 에피소드 등 재밋거리 정도만 알고 있다. 그분의 업적이나 숭고한 정신과 자세에 대해서는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자신이 서양 학문중심의 교육과정에 찌들어진 결과일 것이라는 변명도 해보지만 그래도 나름 국사 공부를 많이 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김유신 장군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것 같다.


김유신 장군은 제26대 진평왕(95년) 만노군(현. 충북 진천군)에서 태수 김서현의 아들로 태어났다. 15세(609년)에 화랑이 됐으며, 16세, 천관녀와의 사랑에 빠졌지만 어머니 만명부인의 꾸중으로 천관녀와 결별했다. 그후 17세에 국선(화랑의 우두머리)이 됐으며, 18세에 열박산에서 기도(열박산은 현. 울주군 두서면 백운산으로 태화강 발원지임)하며 무예를 닦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 역학적으로 보면 정치적 비주류인 진골 출신 김춘추(무열왕)와 가야계 출신 진골 김유신의 역사적 만남과 정치적 결속이 삼국통일의 기반이 됐던 것을 알 수 있다. 김유신 장군은 660년 정월 귀족회의 수뇌인 상대등이 돼 삼국통일 전쟁과정에서 국론을 통일하고 신라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661년 문무왕 즉위 뒤에도 정치적 비중이 약화되지 아니해 삼국통일 전쟁수행에 유리한 권한을 유지했지만, 자신을 엄격하게 스스로 다스리는 자세로 인해 신라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 군관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연속되는 출정에도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 앞을 돌아보지도 않고 지나친다든가, 아들인 원술이 당나라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도망쳐오자 왕에게 참수형에 처하라고 건의하고 끝까지 용서하지 않은 일, 이러한 자세들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생각하며 평생을 바친 참된 군인, 정치가의 생애가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같으면 100세가 넘을 79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일생을 사는 동안 고구려 멸망 이후 5년여 정도 마음 편하게 사신 것 같다.


흥무대왕추계대제 참배 이후 이따금 백제멸망전쟁 참전 시의 66세(지금의 80세 이상)가 된 김유신 장군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백발에 갑옷을 입고 말 위에서 호령하며 적진을 향해 형형한 눈빛을 날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은 먼저 흥덕대왕 김유신 장군의 묘소부터 참배해 장군의 숭고한 정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마음속에 되새기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요즘 국정화 교과서 고시와 관련해 정치인과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과연 이분들이 김유신장군의 생애와 애국심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의문이 든다.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초빙교수 신동필(전.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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