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대구경북뉴스=황지현 기자)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의 지원으로 2025 기탁문중예우홍보특별전 ‘앎을 넘어 삶으로 실천한 영일정씨 선비들’을 9월 30일 개막한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기탁받은 유물을 활용하여 매년 다양하고 풍부한 볼거리를 꾸준히 발굴하여 전시하고 있다. 올해는 영일정씨 강의공 호수선생 문중 8곳 70여 종의 유물로 전시를 준비했다.
‣ 충절의 고장 영천에 자리 잡은 영일정씨
이번 전시는 영천 지역에 세거하고 있는 영일정씨 강의공 호수선생 문중이 주인공이다. 영일정씨가 영천에 정착하게 된 것은 시조 정습명의 9세손 정광후(1344~1416) 때이다. 고려왕조가 멸망할 때 정몽주와 뜻을 같이한 정광후는 멸문지화를 피하기 위해 아버지 정인언과 함께 영천에 자리잡게 됐다. 그 후 정광후의 후손들은 영천을 중심으로 대구, 경주 안강, 경산 등 영남 지역에 세거하게 되었다. 영일정씨는 16세 정세아의 임진왜란 당시의 활동과 17세 정의번의 순절로 영천 지역의 대표적인 선비 가문으로 자리 잡게 됐다.
‣ 정세아·정의번 부자, 충효를 실천하다
영일정씨는 충신과 효자가 많기로 이름났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한 정세아(1535~1612)와 그의 아들 정의번(1560~1592)이 보여준 행적은 지행일치를 위해 노력한 선비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세아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58세의 나이로 향촌의 자제들을 의병으로 모집해 창의했다.
1592년 7월 말 영천성 수복에 기여했으며, 경주성 전투에도 참전하여 일본군과 싸웠다. 정세아의 아들 정의번은 경주성 전투 때 적에게 포위되어 위기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세 번이나 적진에 뛰어들어 혈전을 벌였고, 아버지를 구출한 뒤 자신은 전사했다.
전투가 끝난 뒤에도 시신을 찾지 못하자 정의번이 평소 입던 옷과 갓으로 빈소를 차리고, 지인들이 보내온 추모글들을 관에 넣어‘시총詩塚’을 만들어 장례를 치렀다. 두 사람은 충의를 인정받아 정의번에게는 정려가 내려졌고, 정세아도 ‘강의剛義’라는 시호를 받게 됐다. ‘강’은 과단성을 바탕으로 적을 죽인 것, ‘의’는 나라를 우선하고 자신을 뒤로 미루는 것을 의미한다.
‣ 박학하고 다문한 선비가 되어라
영일정씨 집안에는‘글자에 얽매인 선비가 아니라, 널리 공부하고[博學] 많은 경험을 하는[多聞] 선비가 되어야 한다.’라는 가풍이 전해 내려온다. 영일정씨 선비들은 벼슬보다는 학문에 정진하면서 선비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강의공 문중에는 대대로 학자·문인·사상가·관료 등 수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만양·정규양 형제와 정중기이다.
정만양(1664~1730), 정규양(1667~1732) 형제는 갈암학맥을 계승하여 영남 학계를 선도하면서도 당색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은 교유를 하였다. 성리학·경학·상수학·예학·경세학·문학·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방대하고 다양한 저술을 남겼다.
정중기(1685~1757)는 어려서 아버지 정석달(1660~1720)과 함께 갈암 이현일의 문하였던 정만양·정규양 형제에게 학문을 익혔다. 그는 기호지방의 여러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유하면서 영천 지역의 학문적 구심 역할을 해 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이처럼 강의공 문중의 학자들은 호수 정세아의 충의와 퇴계학맥을 계승함과 동시에 당색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학문적 교유를 추진하여 박학풍의 학문을 전개하였다는 점에서 영남 학맥의 한 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 영일정씨 선비들의 유물, 유교문화박물관으로 나들이하다
이번 전시에는 영일정씨 강의공 호수선생 문중 관련 자료 70여 종을 전시한다. 영일정씨의 역사를 보여주는 족보, 호패 등의 유물과 영일정씨 문중에서 만들어낸 문집 책판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정종소가 문과 중시에 응시한 시권이 전시된다. 임진왜란 이전의 문과 시권은 12건밖에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희소성이 높은 자료로 알려져 있다. 그중 가장 이른 시기의 문과 시권은 1507년 충재 권벌이 작성한 전시(殿試) 시권인데, 이 시권은 권벌의 시권보다 60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영일정씨의 대표적인 인물인 정세아의 임진왜란 활약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임진충현록’, ‘창의록’, ‘영양사난창의록’ 등도 함께 전시하여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2025 기탁문중예우홍보특별전 ‘영일정씨 강의공 호수선생 문중_앎을 넘어 삶으로 실천한 영일정씨 선비들’전시는 2025년 9월 30일부터 2026년 2월 1일까지 유교문화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Ⅰ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