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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들

[인터뷰] 안무가 권효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제29회 대구무용제’에서 작품 ‘Unspoken’으로 대상과 안무상 수상

 

(데일리대구경북뉴스=손현민 기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 그것이 내가 찾은 방법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예술을 하며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권효원 안무가의 대답이다.

 

지난 6월 7일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권효원을 만나기 위해 대구예술발전소에 위치한 그녀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그녀는 ‘제29회 대구무용제’에서 작품 ‘Unspoken’으로 대상과 안무상을 수상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상을 받은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권효원 안무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본인을 소개해 달라.
A: 화목하고 안정적인 공무원 집안에서 자랐다. 무용이 하고 싶어 부모님의 허락도 겨우 받아냈다. 고3 때 무용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한 탓에 대학 가서 많이 힘들었다. 그러다가 대학 3, 4학년 때 들었던 창작법 수업에 커다란 흥미를 느꼈다. 항상 선생님들이 만들어놓은 춤을 배우기만 하다가 직접 춤을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춤에 생각을 입혔다. 졸업한 후에도 안무 작업을 꾸준하게 했고 그것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학부를 제외하면 2008년에 처음 공연을 했으니까 11년 정도 춤을 췄다. 작품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꾸준히 또 열심히 살아왔다. 사람과 춤을 좋아하고 또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Q: 부모님이 반대하던 무용을 고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무용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

A: 초등학교 4학년 때 1년에 한 번씩 하는 학예발표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한국무용 작품을 하기 위해 무용부 선생님이 학생들을 모집했다. 그중에 한 명으로 캐스팅됐고 무용 학원에 가서 두 달 동안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 선생님에게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혼나기도 했는데 끝났을 때 성취감도 느꼈다. 그때 처음 무용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느꼈다. 그 이후로 계속 부모님에게 졸랐다. 결국에는 허락해주셨지만,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다. 언젠가는 그만둘 것이라는 기대도 하셨다.

 

 

Q: 무용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가?
A: 나의 작업은 나 자신에서 출발한다. 현재 고민하는 것과 나를 힘들게 하는 것 혹은 즐겁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거기서 확장이 되면 사회적인 문제와도 닿아있다. 그것이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 하나만 봐도 정말로 많은 이야기가 있다. 사람 관계, 공동체 안에서의 한 사람 또는 그 공동체, 소수와 다수, 약자와 강자 그리고 그들의 심리 이런 것들이 내가 흥미로워하는 지점이다.

 

Q: 직접 만든 작품은 총 몇 개인가? 몇 작품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

A: 1년에 한두 작품씩 계속했으니 10편에서 12~13편 정도다. 스스로 안무를 만들고 출연한 솔로 작품을 2005년에 처음으로 했다. ‘Erbarme Mich’,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제목이다. ‘Mercy’는 자비라는 뜻의 제목인데 ‘Erbarme Mich’의 2탄이라고 볼 수 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인데 한때 인간이 괴물 같아 보이는 시기가 있었다. 작품은 그들을 직접적으로 담아낸다기보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본 나의 자기 성찰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괴물로 보이지 않을까? 내가 살아가는 모습도?”라는 질문에서 작품이 시작됐다. ‘Mercy’는 제목대로 ‘어리석은 인간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를 담아 만들게 됐다. ‘Mercy’를 공연할 때는 방진복(껍데기)에 마스크와 고글과 장갑을 끼고 양말을 신는다. 온 몸을 다 싼 채로 작품을 하는 이유는 껍데기가 괴물일 수도 있고 이 안에 있는 내가 괴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글씨를 쓰는 장면이 있는데 완벽한 문장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Q: ‘제29회 대구무용제’에서 ‘Unspoken’으로 대상과 안무상을 수상했다. 축하한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A: 나 자신에게 받았다. 10년 넘게 무용을 하면서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다. 지금은 대구예술발전소에 입주해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힘들 때가 많았다. 가능성이 있는데도 열악한 상황 때문에 무용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럴수록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힘든 상황이라도 작업을 하는 과정이 가치가 있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힘들어도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때가 온다는 생각을 갖고 작업을 하니까 사회적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당하고 억울한 상황 속에서 삶의 방향을 바꾸거나 말 한마디 못하고 죽어버린 사람들과 크고 작은 비극적인 사건들을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계속 잘 살아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고발하고 저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리에서 내 삶을 잘 살아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자 현재의 결론이다. 억울한 상황을 고발하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계속 잘 살아가고 있으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가 오기도 하고, 굳이 내지 않아도 내가 잘살 수 있을 때가 온다는 것이다.

 

Q: 이번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A: 이상하게도 정말 없었다. 원래 힘든 과정이 분명히 있는데 이번에는 무용수들 부상도 없었고 다들 열심히 참여해줘서 어려웠던 점이 없다. 오히려 내가 무용수들한테서 기를 많이 받았다. 창작의 과정에서 힘든 것은 당연히 가져가야 할 부분이고 잘 안 풀리는 부분 같은 것들을 예사로 치면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다. 무용수들, 스텝들, 세트랑 조명 선생님들이 다 한 마음으로 단단하게 참여를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제29회 대구무용제’ 대상 수상에 힘입어 ‘제28회 전국무용제’에 대구 대표로 나간다. 포부와 감상을 이야기해 달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낄 것 같다.

A.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10년 정도 활동을 했다. 대구의 대표로 전국무용제에 참가하게 된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대구에서 작품을 하게 됐으니까 무용수들과 스태프와 힘을 합쳐서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 기분 좋은 부담감과 설레는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Q: 하고 싶은 말과 가장 가까운 작품은 무엇인가?
A: ‘Unspoken’과 'Final seconds'과 ‘Mercy’ 세 작품. 2년 전에 대구무용제에 'Final seconds'라는 작품으로 참가했는데 ‘Unspoken’이 그 작품의 연장선에 있다. 'Final seconds'는 최후의 순간을 의미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한다. 크고 작은 선택들이 조금씩 결과를 낳고 그 결과에 의해서 또 다른 선택이 만들어지고 그러면서 결국에는 인생의 방향을 만들어간다. ‘최후의 순간에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만든 작품이 ‘Final seconds'이다. ‘Mercy’가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Unspoken’과 'Final seconds'는 바깥을 향해있다.

 

Q: 11년 동안 무용을 했다.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면서 노하우도 많이 생겼을 것 같다. 경험에서 얻은 자신만의 무용 철학이 있는가?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완전히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할 텐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그 사람 중에는 나도 있고 주위에 있는 사람도 있다. 주위에 있지 않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가장 큰 관심사는 사람이다. 내가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말이 많은데 나의 이야기와 방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공감이 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지 않더라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이 불편하더라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내가 가져갈 고민이다.

 

Q: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이 싫었던 적은 없는가?
A: 누구나 그렇듯 상처받은 적이 있고 주위 사람들과의 안 좋은 기억도 많다. 사람이 싫을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는데 그것이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을 싫어해 본 경험이 결국은 자기 성찰로 돌아온다.

 

 

Q: 무용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버티는 비결이 무엇인가?
A: 작업이 잘 안 풀릴 때, 경제적으로 힘들 때, 마음이 아니라 상황이 어려워서 같이 할 사람이 없을 때, 작품을 내 맘대로 할 수 없을 때 많은 생각이 든다. 근데 그것도 초기에 그랬었고 지금은 많이 자유로워졌다. ‘다 어떻게든 방법은 생기니까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버티는 비결은 ‘Unspoken’의 주제이기도 한데 ‘그냥 계속하는 것’이다.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 결국에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Q: ‘권효원 앤 크리에이터스’에 대해 말해 달라.
A: 공연을 위한 단체명이 필요해 만든 프로젝트 단체다. 크리에이터스는 작업마다 사람이 바뀐다. 근데 작업을 수년간 해오다 보니까 고정 멤버들이 생겼다. 1년에 한 번 정기공연을 하고 개인 공연을 한 시간짜리를 하고 짧은 작품도 한다. 결론은 꾸준히 작업하는 것이 목표인 단체다. 2009년 초에 만들어졌다.

 

Q: 영감이 잘 떠오를 때는 언제인가?
A: 감정적으로 변화가 있을 때 영감이 많이 떠오른다. 그때의 기억이 작업에 들어온다.

 

Q: 좋아하는 무용수가 있다면?

A: 한 명만 꼽을 수 없다. 무용이라는 장르 자체가 수년간의 훈련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에 무용수들과 그들의 시간을 존중하고 좋아한다. 당장은 기량이나 표현력이 부족해도 그런 부분들은 계속하면 해결이 될 부분들이다. 그래서 다 멋있고 좋다.

 

Q: 무용수와 안무가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A: 안무가.(웃음)

 

Q. 대구예술발전소에 9기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것은 안무가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A. 2019년 입주 작가로 올해 입주했다. 레지던시에 대한 개념을 모르고 있었다. 대구예술발전소에 입주한 장기 작가 중에서 시각 예술 분야의 작가들이 많다. 너무 새롭다. 일단 이곳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집이 있어도 여기서 살고 있다. 엄청나게 생각의 폭을 넓혀준 계기가 됐다. 전에는 공연만 했는데 입주 작가 생활을 하니까 시각 예술 작가 분들과도 많이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대구무용제 때 무대 세트를 만들어준 이승희 작가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설치랑 미디어 예술 하는 분이다.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Q. 무용 이외에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있다면?
A. 영화. 스케일이 작고 대사가 많은 영화를 좋아한다. 독립영화를 좋아한다. 다시 태어나면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 항상 얘기할 정도다. 너무 흥미로운 분야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하는 무대 예술과는 달라서 경험해보고 싶더라.

 

Q. 앞으로의 계획은?
A. 최대한 오래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운 좋게 앞두고 있는 공연이 많다. 6월 중순에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상반기 입주 작가 오픈스튜디오가, 7월에는 대구시립무용단의 외부 안무가로 초청받은 기획 공연 ‘Spin off'가 예정되어 있다. 9월 말에는 전국무용제가 기다리고 있고 11월에는 개인 공연이 있다. 제목은 ’천천히‘다. 공연의 제목처럼 천천히 살고 싶다. 느긋하게 오래가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다.